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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동사섭

NO1작성일 : 2016-04-20 오후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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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과거, 오지 않은 미래에 머무는 마음 들여다보다 (동사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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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섭-상

 

지나간 과거, 오지 않은 미래에 머무는 마음 들여다보다


 

 

‘지금, 나는 행복할까?’

마음이 서성였다. 눈빛에는 물음표가 서렸다. “여기서 뭘 배우지? 난 불행해서 여기 와 있나?”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몇몇은 지인들과 통화하며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말을 꺼냈다. 서울, 인천, 경기, 대전, 대구, 부산, 진주 등 전국 각지서 함양 동사섭문화센터에 발을 들인 수련생 20명은 각자 섬이었다. 몸만 같은 장소에 있을 뿐이었다. 센터 밖, 찬바람이 웅성거렸다.

함양 동사섭센터서 5박6일
전국 각지에서 20명 참가

10명씩 소그룹으로 방배치
별칭 명찰들 달고 첫 대면
어색한 웃음 건네며 ‘침묵’

“표현 부재는 곧 실체 부재”
현재 흐르는 느낌 감지 연습


17년차 주부의 목소리와 눈빛은 바닥에 떨어졌다. 삶도 바닥에 그대로 무너져 버릴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부부간 불화가 극으로 치닫고 가정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시아버지 권유로 생업을 놓고 남편과 동사섭을 찾았다. 바위덩이처럼 응어리진 마음뿐이었다.

30대 초반, 소위 잘나가는 은행원은 자존감이 낮았다. 고객에게 항상 미안했고, 상사들 꾸지람은 자신을 ‘병신’으로 만들었다. 동사섭도 가슴이 답답했다. 휴가 내고 참가했지만 팀장, 부장 연배의 참가자들을 만났다. 지시 받고, 업무 압박을 해오던 상사들 모습이 떠올랐다. ‘썅!’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건설사 대기업에 다니는 중년 남성은 정년이 걱정됐다. 건설 경기도 좋지 않아 구조조정 불안감도 있었다. 안주도 안 먹고 마시는 술 탓에 심장 쪽에 이상이 생겨 한 달을 입원했다. 이미 정년퇴임한 다른 중년 남성은 베이비붐 세대로서 헌신해왔던 지난 과거의 삶이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했다. 지금껏 자신의 삶은 무엇인지, 행복했는지 물었다.

부산에서 간호사로 생활하다 친구들 4명과 함께 출가했던 한 비구니스님은 몇 년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출가 20년이 부담스러웠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 줘야한다는 역할과 압박감에 시달렸다. 스님이라는 출가수행자의 상(相)도 자신을 괴롭혔다.

동사섭에는 번뇌 덩어리들이 모였다. 수련생들 마음은 과거나 미래에 머물러 있었다.  첫 날 저녁, 35년째 동사섭을 이끌고 있는 행복마을 이사장 용타 스님이 촌철을 날렸다. “지금, 여기서 온전히 존재해버려라!”

“과거는 이미 지났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집에 구워놓은 밤 걱정은 말아라. 그 근심이 번뇌다. 그러나 번뇌라고 아는 순간 모두 과거다. 현재는 현재라고 인식하는 순간 과거가 된다. 그것 때문에 이 순간을 놓치면 전부를 놓쳐버린다.”



 

고래, 현호, 회상, 상자, 길따라, 풀꽃, 사슴, 한마음, 여정, 신나게, 낙지, 유성, 늘봄, 도연, 소리, 마음, 달빛, 별, 울컥. 이름 대신 별칭이 불렸다. 5박6일간 동사섭 일반과정을 수련할 수련생들은 이름부터 버리고 ‘나’라는 껍데기를 한꺼풀 뗐다. 잘 나가는 직장, 출가수행자, 간호사, 예비출가자 등 ‘나’라는 딱지를 떼도 서로의 마음은 섞이지 못했다. 아직 ‘나’는 두꺼운 벽이었다. 10명씩 소그룹으로 동그랗게 모여 앉은 방은 침묵으로 무겁게 짓눌렸다. 수련생들 눈빛에 의구심이 일었다. 방 밖으로 눈보라는 소리 없이 휘몰아쳤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나’라는 ‘정체’를 잘 알고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살겠다는 ‘대원’을 세웠다. ‘나’만 행복하고 부모나 자식이 고통스럽다면 자신의 행복이 과연 진정한 행복인지 되물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한 방법은 수심, 화합, 작선이다. 자기가 속한 그룹에서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하고[作善], 자신 마음부터 평화롭게 만들어[修心] 상대에게 긍정에너지를 보내며 마음을 나누는 것[和合]이다.

일선은 불행했다. 잘 나가던 남편을 둬 모두의 부러움을 샀지만 정작 자신은 답답했다. 결혼생활 동안 “왔어, 밥 줘, 자자”라는 세 마디만 했던 남편이 죽음 앞에서야 고백했다. “여보, 당신을 사랑했소.” 일선은 화장실에서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용타 스님은 강조했다. 표현의 부재는 곧 실체의 부재였다.

“느낌의 눈을 떠라. ‘행복’ 단어는 추상적이다. 행복을 결정한다고 믿는 돈이나 명예, 권력 등 조건이다. 행복 자체는 바로 ‘좋은 느낌’이다. 가족들 기쁘게 했던 일들을 떠올릴 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

화합의 장이 열렸다.  상대를 고운 눈길로 바라보고 보이는 모습을 바르게 하며, 잘 교류하면 ‘좋은 느낌’은 공감된다고 일렀다. 화안애어(和顔愛語)로 마음을 나누는 게 화합이었다. 온화한 미소로 상대의 마음을 대하고 따뜻한 말을 전하는 부처님 지혜가 담겼다.

너와 나 사이에 흐르는 ‘좋은 느낌’이 화합이랬다. 속마음을 잘 감지해서 표현하고 상대 표현을 공감해서 다시 반응하는 연습이 시작됐다. 화합의 첫 단추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었다. ‘내가 널 아름답게 보니 너도 날 아름답게 보라’며 상대에게 권하는 것은  폭력이었다. 정보나 사실, 생각과 의견이라는 겉마음이 아닌 느낌이라는 속마음을 자신부터 꺼내야 했다. 지금 일어나는 느낌을 감지하는 게 우선이었다. 문장으로 5개 이상 적어야 했다.

수련생들은 골머리를 앓았다. 평소 자신의 느낌을 바라봤던 적이 없었다. 한 문장 써내려가기도 어려웠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첫 대면때와 다른 침묵이 흘렀다. 비로소 시선은 마음을 향했다.

‘내 마음은 지금 어떤가?’

 

 

 

집단상담치유 기법 접목한 국내 첫 마음수련의 장

- 동사섭이란 -

미 심리학자 엔카운터서 착안
35년 운영…수련생 2만여명
이론·실습 등 삶의 원리 체득
 

동사섭(同事攝)은 보살이 중생을 위해 행동하는 4가지 방편이자 태도다. 경우에 따라 나누고 베푸는 보시(布施), 자비로운 말로 대화하는 애어(愛語), 이로운 일로 도움을 주는 이행(利行) 그리고 중생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동사(同事) 등이다.

재단법인 행복마을(이사장 용타 스님)은 동사섭을 기본으로 보시, 애어, 이행을 아우른 동사섭수련회(이하 동사섭)를 진행하고 있다. 며칠간의 합숙수련으로 서로 평등하게 어우러지면서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다. 감정과 느낌을 공감하며 마음과 마음으로 만나면서 너와 나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깨뜨린다.

동사섭 목적은 우리 모두의 지고한 행복이다. 동사섭은 ‘나’를 제대로 아는 정체(正體), 모두의 행복을 원력으로 세우는 대원(大願), 마음을 닦는 수심(修心), 좋은 관계를 만드는 화합(和合), 각자 영역에서 역할을 다하며 보시하는 작선(作善) 등 삶의 5대 원리를 파헤친다.  마음 알기, 나누기, 다루기를 바탕으로 한 여러 명상법으로 체화시킨다.

1980년 시작해 35년째 운영 중인 동사섭은 국내에서 현대식 집단상담치유 기법을 접목한 국내 첫 마음수련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의 엔카운터(Encounter)에서 착안했다. 마음과 마음의 교류로 이루는 만남이며 ‘T그룹 워크숍’이라고도 한다.

전남 카운슬링계에 엔카운터가 도입됐고, 세 차례 참석했던 용타 스님이 불교 지혜와 맞닿은 점을 발견해 동사섭 프로그램을 발전시켜왔다.

동사섭 첫 시작은 1980년 겨울, 강진 무위사에서 4박5일간 열렸던 ‘T그룹 워크숍’이다. 워크숍에 몇 차례 참석한 조계종 원로였던 정조 스님이 1982년 ‘동사섭 법회’라는 명칭을 붙였다. 이후 백장암에서 매월 1회 열었고, 1992년 충남 논산에 위치한 원불교삼동원에서 진행해왔다. 2005년 10월 재단법인 행복마을을 설립하고 2007년 3월 경남 함양에 동사섭문화센터를 건립했다. 2012년엔 서울 관훈동에 서울센터를 오픈했으며 지금까지 수련생 2만여명을 배출했다.

 



 

5박6일 일반과정을 비롯해 중급, 고급, 강사, 지도자과정이 차례로 개설돼 있다. 여름과 겨울방학에는 청소년행복캠프도 운영한다. 동사섭 행복마을(www.dongsasub.org)과 서울센터에서 마음을 알고 다루고 나누는 행복 명상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055)962-1070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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