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련 소감문

NO1작성일 : 2005-03-18 오후 12:39
제목
제19회 중급과정 소감문들
작성자
운영자
파일
1. 시냇물 황경미님
차가 삼동원에 닿자 가슴이 뭉클했다. 고향에 온 듯 포근한 느낌. 일 년 전 삼동원 산책길의 출렁이는 달빛이 그리워왔다. 겨울 새벽처럼 내 흐린 정신을 깨어나게 하던 스승님의 가르침을 다시 들으러 왔다. 일반과정의 뻐근한 감동이 차분히 가라앉혀 이제는 깊이, 더 깊이 체험하리라 해서 왔다. ‘기존기성의 바다에 흠뻑 젖어 지복에 이를 때까지 지족명상하라’, ‘참회의 100일기도’로 나는 힘을 얻고 다시 살아났다.
이윽고 장이 펼쳐지고 정좌한 거울님, 학님, 도반들이 어제 보고 다시 모이는 듯 친숙하고 편안하다. 동사섭의 주바라밀과 조바라밀, 방편 하나하나에 삶과 우주의 원리를 바로 꿰뚫는 힘이 전해진다. 흐릿하게 묽어졌던 정신이 차츰 하나둘씩 명징하게 깨어난다. 더 이상 오염될 수 없는 의식의 경지, 염체는 무엇이며 왜 삶이 어둡고 고통스러운지 의문들이 거울님의 한마디에 툭툭 나가떨어진다. 저만치 변방으로 물러나고 툭 트여 비어버린 공간 ‘허공을 노래하라’ 가슴 한가운데로 묵직하니 텅 하고 떨어지는 한 물건이다.
‘옳지. 이거로구나. 이번 중급수련의 과제가 저거로구나’
그러나 허공은 그냥 노래되어지는 게 아니다. 단박에 허공에 박치기하듯 덤벼들려는 나를 스님의 강의가 다시 바닥에 잡아채어 앉힌다. 한 올, 한 겹 벗겨가며 보이지도 않는 의식공간을 세세히, 명쾌히 짚어주시며 어린아이처럼 따라하게 하신다. 무조건 해 본다. 지족은 이미 몸에 어느 정도 익어 잘 되고 이내 몸과 마음이 훈훈한 기운이 돈다.
나지사는 힘겹다. 안 되는 건 살피고 느낌으로 돌아오고 다시 나아가 해본다. 어느 순간 ~구나 하니 그 질긴 분노의 염체가 자그마하게 저 아래로 둥둥 떠내려가는 게 보인다. 아, 되는구나. 이런 게 염체로구나 단박에 다음 진도를 나가고픈 마음을 붙잡고 다시 거듭 거듭 단계를 짚어가며 겠지, 감사를 한다. 돌아가면 나지사명상을 100일 동안 하리라.
독배명상도 거듭할 적마다 느낌이 다르다. 이 생에서 나를 잡는 인연의 사슬도 다 끊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내 감각이 하나씩 닫히는 죽음의 체험 앞에 그만 얼어붙어 버렸다. 바위에 갇힌 듯 옴짝 달짝 못하는 이 의식은 무얼까? 빠져 나와지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내 몸의 감각에 체험과 나를 동일시하고 살아왔던가 하고 한 순간 확연히 깨달아진다.
무아명상을 한다. 의식은 기능일 뿐이다. 식주체가 있다는 신념, 마지막 신념까지도 내가 아니라고 놓아버리란다. 놓고 나서 다 치워버린 그 공간도 치워버리란다. 자꾸 자꾸 아니라고 제치고, 치우고 그리고 느낌자리로 돌아와 살피고, 다시 텅 빈 공간으로 돌아가고 또 느낌을 살피고....................
거듭 무아명상을 하면서 차츰 ‘텅 빔’에 익숙해지고 그 자리가 꽤 편안하다. 아무런 맛이 없는 이 담담함도 맛이구나. 그 느낌을 섬세하게 느끼려 해본다. 평화와 지복의 느낌이 너무나, 너무나 얇아서 느낌으로 잘 잡히지도 않는 그것도 가만히 받아 느끼고 그 느낌을 자꾸 축적해갈 때 지고함, 해탈감이 비로소 생기는 거라 하셨다. 자꾸 자꾸 해 본다. 할수록 재미가 있는데 눈물이 흘러도 개운해도 갑갑해도, 편안해도 잠시 오롯이 그 느낌을 누리고 감사하고는 떠나보낸다. 허공으로 돌아가자. 소모임 지족 나누기는 도반들의 열린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에 감탄, 감사, 감동했다. 가슴을 열고 통쾌하게 나누는 에너지가 무언가 생생하게 체험한 좋은 시간이었다.
마지막날 아침,
개념이전으로 돌아간 옴상태에서 하는 명상 산책의 영향이 아직도 얼얼하다. 무아상태의 편안하고 고요함이 그대로 좋은데 거울님은 굳이 나가 옴상태로 산책을 하고 오라 하신다.
왜 자꾸 허허 실소가 나올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다 허공이라니 자꾸 웃음이 난다. 잠시 느낌에 머물러 존재는 찬탄, 감사하고 나면 너도나도 다시 허공이다. 46년 삶이 모두 염체놀음이었단 말이지. 영화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장면에 몰입되어 저 놈은 옳고, 이놈은 틀렸고, 이건 좋고 저건 싫으니 하는데 갑자기 화면이 뚝 꺼지고 텅 빈 스크린만 남았을 때처럼 멋쩍다. 텅 빈 스크린, 허공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염체를 가지고 혼자 그 야단법석을 떨었구나. 실소가 나온다. 바위를 보고 갇혔다. 나무를 보고 허물을 벗고 자란다. 시냇물을 보고 여기서 저기도 흐른다하고... 허공이 허공을 보고 온갖 꼬리표를 붙여 염체놀음을 했구나. 어이가 없다가 우습다가 미안하다가 눈물이 핑 돈다.
시냇물이 졸졸졸 흐른다. ‘나는 여기서 저기로 바삐 가는 게 아니야, 이 순간 존재하는 거야 허공으로’, 시냇물을 떠밀어 보내버리고, 나도 바삐 여기저기로 숨 가쁘게 달리고 사느라 나는 진정 나도, 너도 만나지 못했다. 이제 시냇물을 떠밀지 말자. 숨 가쁘게 뛰지 말자. 나의 염체로 붙들고, 가두어둔 존재들을 이제는 놓아주자. 그래야 저들도 자유롭게 허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아닌가? 저 염체들을 놓아주고 나도 나라는 염체를 놓고 함께 허공으로 돌아가자.
순간마다 젖히고 저지르고 누리고 웃으며 허공으로 돌아가자. 다른 꼴과 얼을 하고 살아도 우리 모두는 순간마다 허공으로 회귀하는 허공들이다. 비로소 개운하다. 훈훈하다. 지난 밤 꿈에 장애자 어린아이가 보였다. 꿈속의 그 아이는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내 무릎 위에서 천진하게 까불며 놀았다. 장애아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 아이가 나였을까? 나는 도중에 차에서 내리고 차를 타고 그 아이는 가던 길을 갔다. 그 아이는 허공으로 돌아갔을까? 소중한 가르침을 주신 스승님들과 이 좋은 양장력을 펼쳐주신 도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2. 곰 노정우님
동사섭 수련에 오기 전 나는 많은 스트레스로 인해 심신이 지쳐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덕운님의 권유로 동사섭 일반과정을 받았고, 여러 과정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을 다스렸고,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어 한결 편안해진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음이 편하니 몸과 내 주위가 모두 편해지고 행복해지는 것 같아 너무 좋았다.
이번 중급과정에 와서 나는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 내용은 초급과정 때와 별반 다를 게 없었으나 마음이 달라진 지금 전혀 새롭게 와 닿았다. 지족명상을 하면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내 주위엔 좋은 사람이 너무 많구나!", "내가 너무 많이 받고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행복했으며, 또 내가 그동안 무심코 보아 넘겼던 많은 사물들이 나와 내 주위의 사람,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도 좋은 감정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사실 일반과정 때도 지족명상을 했으나 현실로 돌아가서 사물명상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못 쓰고 잊어버렸음) 또 나지사명상을 하면서 그동안 일어났던 화와 분노에서 해방된 느낌이 들고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 마음이 가볍고 기분이 좋아졌으며, 지금까지 오래된 악연(12년 - 일반과정 때도 풀지 못했음)이라고 느껴왔던 사람도 아직 감사하다는 느낌이 완전하진 않지만 이젠 편히 만나 응어리진 마음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만남의 기대로 가슴이 설레기도 한다(작년에 만났을 때 상대방이 인사하는데 냉정히 돌아섰던 기억이 있음) 또 독배명상을 하면서 욕심을 거의 떨쳐냈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외의 욕심이 자리잡고 있음에 깜짝 놀랐었다. ‘나 자신에 대한 욕심’이었다. 초급과정 후 달라진 내 모습에, 편안해진 내 모습에 욕심이 생긴 것이었다. 그 마음도 버리고 나니 해방감과 함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중급과정에서 무아명상이 잘 되지 않았었는데 오늘 오전마당 때 명상을 할 땐 마음이 너무 고요하고 평화로워 그대로 있고 싶다는 생각에 일어나기가 싫었다. 그러나 이번 교육에서 가장 큰 성과는 제자들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이 열린 것이 무엇보다도 큰 깨달음이었다. 지족명상과 나지사명상을 하면서 예전엔 나와 가족, 주변사람, 악연의 고리에서 이번에는 내가 지금 가르치는 제자와 가르쳤던 많은 제자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동안 내가 사랑으로 대했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들이 나의 욕심과 집착, 내 만족으로 인한 것임을 보았을 때 두려움이 일었다. 부끄럽고 죄책감이 들었다.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가여웠다. 미안했다. 나는 아니다.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었는데.................처음엔 인정하기 싫어 명상에서 깨어나서 다른 것을 생각하곤 했다. 이젠 마음이 편하다. 더 담담하고 다정하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마음의 눈을 뜨게 해 준 동사섭에 감사드린다. 이것들을 더 실천해야겠다. 사랑하는 아들 기현이를 바라보는 눈으로 마음으로 내가 만날 제자들을 대하겠다. 아침저녁으로 30분 이상씩 명상을 하겠다(아침은 꼭 미소명상으로) 가족들에게 절명상을 하겠다(삼배) 이젠 편하다. 더 편안해졌다.

3. 여백 최보영님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지금 참 평화롭고 좋다. 세상이 탁 트여 시원하다. 중급과정 오기 전에 여러 모로 마음고생을 하면서 어떻게 이 답답함을 풀어나갈지 고심했었는데, 3박 4일 생활을 하면서 명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안내를 받았던 점과 막연하게 명상은 마음을 고요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만 알았지만 지족명상도 그렇고 나지사명상, 독배명상, 옴나명상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 지 구체적으로 깊이 있게 배우게 되어 기뻤다. 특히 나지사명상의 경우 답답한 부분이었다. 겠지 부분은 모든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가며 방법론이 명료화되어 시원했다. ‘아, 이렇게 해보면 되겠구나!’하는 반가운 마음과 불과 며칠 전의 나와는 다른 나를 보면서 기뻤다.
명상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특히 인생의 행불행 99.9%를 좌우하는 지족명상이 나에게 제일 큰 부담감을 주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는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을 지족명상으로 맞아보리라 다짐했다.
이 지족을 바탕으로 나지사명상과 독배명상을 좀더 깊게 해 보고 싶은 바램도 가져보았다. 이렇게 뭔가를 해보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는 나를 보는 기쁨도 있었다.
이곳에서 느꼈던 모든 존재는 다 귀하고 사랑스럽다는 감동과 진한 사랑을 깊게 간직하고 싶다.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게 인도해 주신 학님, 거울님께 머리 숙여 감사 드리고, 나의 감동을 함께 해 주신 여러 도반님들께도 감사하다.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함께 나아갈 님들 모두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바래본다.
저질러라-제쳐라-누려라(특히) 촌철을 기억하면서, 이곳에서 느꼈던 ‘좋은 느낌’을 간직하면서.. 수련기간만이 아닌 일상 생활 속에서 하나하나를 실천해가며 살아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4. 숫돌 박미화님
숫돌 동사섭에 오다.
지난해 365일 동안 하루도 쉬지 못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다 순간 떠올랐다. 나는 모든 사람들의 복지를 위해 일을 하는데, 휴일도 없이 일을 하는데, 왜 나도 즐겁지 못하고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도 즐겁지 못한가.
모두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 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만큼의 죄를 짓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답을 얻기 위해 일반과정에서 공부했다. 그리고 중급과정에서 명확히 얻기 위해 하루 또 하루 또 하루가 흐르면서 나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을 정도의 부끄러움과 나 자신에 대한 미움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얼굴엔 그 심적 고통으로 뾰루지가 나고 내 잇몸은 부어올라 꼴이 말이 아니었다. 아! 이거구나. 내가 너무나 작고 쉬운 것이라 생각한 나머지 소홀히 배척한 것이 잘못된 것이로구나. 나와 상대방이 항상 느낄 그 느낌, 그리고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의 주고받음에 있어 지켜야할 원칙, 그리고 행복하기 위해 지족하는 것. 무엇보다도 이미 있고 이루어 놓은 것에 감사하는 것은 나에게 기존의 사고의 틀을 완전히 부수어 놓고 다시 새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내 삶이 나름대로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은 나의 노력으로 10개 중 7개를 이루었지만 그것은 당연한 것이고 나머지 3개를 이루기 위해 채찍질하고 조금의 불쾌감이라도 당연히 참아야 한다는 저돌적 정신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나의 생각이 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 주위 가족과 내 직장 동료 부하에게도 강요하고 괴롭혀 온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못 났던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해탈하지 않겠다던 지장보살님의 서원처럼 나도 내 몸이 닳아 없어지는 한이 있어도 어르신들을 잘 모시겠다는 내 조그만 서원을 세웠건만, 열심히 했던 것이 다 업을 지은 것이란 걸 확인한 순간 나는 죽고 싶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아! 그래서 내가 힘들었구나. 화합, 수심, 작선을 했더라면 행복하고 느낌이 좋았을 텐데 그래서 힘들었구나. 나의 대원이 아무리 바람직하더라도 나와 남의 느낌을 소홀히 하고 부정적이게 했다면 ‘그것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중급과정에서는 모든 것을 좀 더 철저히 느꼈고 구체적인 방법론을 심화 학습하는 시간이었다. 일반과정에서는 쉽게 감정 이입이 되지 못했던 것이 명상에 쉽게 몰입되는 것을 보면 구체적으로 쉽게 설명해주신 덕분이다. 거울님 감사합니다. 학님 감사합니다.
나지사명상에서 ‘구나’하며 나로부터 멀리 그 상황을 두면 한결 쉽다는 것, 그 설명과 아울러 손을 나로부터 멀리 휘저어 그 상황을 천 리 만 리로 두듯이 하는 모션이 나의 나지사명상을 쉽게 도와 주셨다.
그리고 새로 배운 명상 ‘미소명상’이었다. 동사섭을 마치고 돌아가면 매일 아침마다 아침 조회가 있기 전 30분간 미소명상을 통해 직원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떠올리며 안아주리라.
일상에서 화가 내게로 오면 지족명상을 하고 나지사명상을 하고 독배명상을 해서 탐, 진, 치를 모두 치워놓고, 옴나인 담백하고 고요한 아주 심플한 느낌을 생생히 느껴 보리라. 허공이 허공을 노래하리라. 그래서 ‘탐진치가 사라진 큰 대아로써 내가 나의 소속 공동체를 천국으로 만들어 가리라’하며 다시 서원해 봅니다.
거울님, 학님 그리고 19회 중급 도반님들 두 손 모아 감사드립니다.

5. 샘 법수스님
참 오랜만에 동사섭에 왔다. 프로그램이 많이 바뀌었다. 동사섭 이론을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매우 당황되었으나 이내 이해할 수 있었고 새롭고 선명하게 말씀 하나 하나가 가슴으로 다가왔다.
첫 강의 때 ‘허공을 노래하라’는 말씀에 봉을 맞은 것 같았다. 이미 허공이 아니던가.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을 나머지 가르침은 군더더기가 아니겠는가. 허나 지금을 즐기지 못하는 죄로 보조 바라밀을 통해 허공을 만나야함을 알았다.
허공은 허공대로 즐기고, 미진하면 보조바라밀을 통해서 허공을 만나고, 꽃놀이 때가 아닌가. 그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이 100% 염체였음을 깨닫는 순간 가슴이 열리면서 속아 살았다고 생각하니 황당했다. 순간 허탈함이 가슴을 쓸고 지나갔다. 어리석고 어리석었도다. 잘 가라 염체들이여, 악마, 마군들이여.
콩나물에 물을 주면 물은 빠져나가고 콩나물은 잘 자라듯이 거듭 학습하되 개념은 쏙쏙 빠져나오고 나는 쑥쑥 성장하겠지.
거울님, 학님 대단하십니다. 엎드려 큰 절 올립니다. 수행의 길에서 가끔 길이 잘 안보이고 나태해질 때마다 나를 일으켜 주었던 한 축이었지 싶다. 백장암 시절 열심히 배웠던 동사섭 수련이 오랫동안 내 안에서 조바라밀로 나를 지켜주고 있었음도 고백합니다.
죄무자성종심기(罪無自性從心起)
심약멸시죄역망(心若滅時罪亦亡)
죄망심멸양구공(罪亡心滅兩俱空)
시즉명위진참회(是則名爲眞懺悔)
무조건 참회합니다.(누구에 걸림이 있다면) 

6. 햇살 윤진심님

중급에서는 무엇을 할까? 호기심이 일었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말자. 그냥 담담하게 프로그램 따라가 보자. 그러면서 그때그때 느끼면 되지 뭐. 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첫 마당에서 거울님의 전체 주제 강의가 너무나 좋았다.
아~! 염체를 치우고, 허공을 노래하는 것!
보물처럼 느껴지고 3박 4일 할 것도 없이 여기서 온 값을 다 하는구나 하는 감사와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곧 중급의 실체를 눈치 챘는데 지족, 나지사, 독배, 무아명상 연습을 주로 한다는 것. 에게~! 이게 뭐야~! 일반과정 때 다 한 거잖아. 이것만 중점적으로 한다고? 나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지루할거야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앞서서 시나리오 짜는 것은 그만. 그냥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소득이 있을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 일단 최선을 다해서 해보자고...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생각의 전환에 매우 기뻐졌다.
역시 해보니까 좋았다.
나지사명상의 깊이가 다르게 명상이 되었다. ‘구나~!’ 처음엔 어찌나 안 떠내려가던지! 조금 멀리 갔다가 금새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상황 땜에 용을 써댔다. 근데 하다보니 ‘구나~’가 조금씩 되는 기쁨을 맛보았다. 물론 아직도 금새 상황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하지만 처음 시도보다 좋아졌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거 연습 열심히 하면 정말 희망이 있겠는데... 도전하고픈 흥미가 느껴짐이 기뻤다. 나름대로 깊이 있는 나지사를 하면서 그동안의 성장이 있었는지 이해되어지고 내 자신이 돌아봐지고 감사되어지는 기쁨이 참으로 컸다. 독배명상에서도 내 집착을 보았고, 그것을 놓음으로서 진정 자유로워지는 나를 만나는 기쁨이 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독배를 마심으로서 명상이 끝난 후는 더욱 힘 있게 살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나를 만났다. 물론 이번 명상에서 진정 죽음을 실감하진 못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은 이 정도 소득도 大만족이다.
그리고 무아명상!
경계아를 쓸어버리고 진정 자유로워지는 나를 만난 기쁨,
몸을 쓸어버리고 자유로워지면서 가벼워지는 느낌,
마음을 쓸어버리고 너무 좋았다. 감정과 내가 분리되는 것을 명확히 알았기에.
식(識)을 쓸어버리고, 쓸어도 쓸어도 뭔가 남았지만 그래도 나름의 텅 빈 고요함, 그 평화를 느낀 것이 참 좋았다.
그리고 허공 산책.
내가 태어나 이처럼 평화롭고 훈훈한 산책은 처음이었다. 나와 나 아닌 모든 것이 존중되어지는 훈훈한 산책. 정말 그리워지는 허공의 느낌, 그 지극한 좋음.
이번 중급과정에서의 명상의 도구들을 구체적으로 만난 것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일반과정에서는 이 도구들이 이 정도의 보물인지 몰랐다. 보물, 엄청난 보물을 내 손에 쥔 기분 너무 행복하다. 이것을 잘 가져가고 열심히 반복해서 더욱 행복해지고 싶다. 그리고 내 행복을 나누고 싶다.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하여.

7. 법정 윤재한님
일반과정 마치고 바로 진급해서인지 적응이 빨라서 좋았습니다. 지족명상에서 나와 우리 가정이 더욱 행복하다는 것을 재삼 느껴보고 아주 흐뭇했습니다.
눈을 감고 조바라밀 순서에 입각한 명상을 해본다. 하나씩 나풀거리던 번뇌들을 순서대로 하나씩 지워본다. 하나씩 지워져나갈 때마다 한 촉광씩 밝아짐이 여실히 느껴진다. 독배명상을 넘어 정상에 다다른다. 무아명상에서 텅 비어 옴을 본다. 고요와 평화가 온다. 발걸음은 어느덧 밖을 향한다. 공기가 상쾌해진다. 느낌이 참 좋다. 보이는 모든 것이 신비스럽다. 아름답다. 티 없이 맑다. 내가 마구 빨려 들어간다. 참 좋다. 감사하다. 이대로 하나이어라. 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이번 4일 동안 소중한 체험을 많이 했으나 그 중 몇 가지 적어 보겠습니다.
첫째, 명상 중 나타나는 기침이 명현 현상임을 알고 기뻤습니다.
둘째, 조바라밀 순서에 입각한 명상체험이 피부에 와 닿는 선명한 체험을 했습니다.
셋째, 옴상태의 생활이 모든 자연, 사람 등 모든 환경이 새롭게 나와 맞닿아 하나임이 느껴져 너무 좋았습니다.
넷째, 오요춤, 대원을 할 때 나의 마음이 모두에게 흘러 들어감이 느껴져 감사합니다.
끝으로 좋은 도반을 만나 얻음이 많아서 기쁩니다.
앞으로 생활 전선에 나가더라도 동사섭 조바라밀 명상과 동사섭 주바라밀인 옴상태의 생활을 영위하도록 명심하겠습니다. 끝으로 3박 4일 동안 불철주야 보살펴 주시고 희유의 법을 설해주신 거울님과 학님께 고개 숙여 감사의 삼배를 올립니다. 모든 도반님들의 앞날에 행복이 깃드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8. 흙 이상설님
모든 것을 지족 바탕 위에 구현해 나가라는 거울님의 말씀이 천둥 같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몸! 이 마음! 이 환경! 찬탄하고 감사할 거리가 평생해도 차고 넘칠 것이라 생각하니... 아! 행복하다. 아! 감사하다.
탐심을 싹둑 잘라내는 독배명상!
내 안에 탐심들이 무엇인가 살펴보니 모두가 공한 것들이다. 그저 사는 동안, 기회가 주어지는 동안 세상 모두의 행복을 위하여 구현해 나갈 뿐이다. 죽음도 하나의 여행인 것처럼 느껴지니 삶과 죽음이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에 시원하고 통쾌해진다.
절 명상!
나의 온 정성을 담아 그대로 완전한 존재에게 절을 바친다. 너와 내가 하나이고 우주 만물이 한 생명이니 세상 모든 존재에 찬탄, 감사, 축복을 드린다. 삼배의 마음으로 사람과 일을 대하고 때때로 허공을 노래하면 샘물처럼 살맛이 넘칠 것 같다.
어리석음의 근원인 ego, ego를 제거하는 무아관!
영원 부정에 현존하는 충만한 깨어있음.
유교에서 군자의 즐거움은 달콤한데 있지 않고 담담한데 있다 했는데, 맹물 같은 옴의 참 맛을 옛 선비들은 아셨던 모양이다. 옴의 깊은 맛을 어찌 쉽게 얻을 수 있겠는가마는 그 맛을 진정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 보아야겠다.
동사섭을 거듭할수록 소아에서 벗어나 대아로 나아가는 느낌이 있어 참 감사하고 기쁘다. 3박 4일 동안 같이 수련한 도반님들 감사합니다. 같은 방을 쓰시는 현찬님의 숙면을 방해하는데 일조를 해서 죄송스럽고 그런 것 때문에 동사섭까지 싫어지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기원 드립니다. 거울님, 학님 감사합니다.

9. 토우 안용희님
일반과정 동사섭에서 많이 느끼고 집에 돌아와서 “아 5박 6일 동안 정말 행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며칠 뒤 엄마가 중급과정도 가보라고 했다. 그때는 “아, 내가 일반과정도 어려웠는데 중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하긴 가면 좋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감쌌다. 그러면서 다시 동사섭을 찾아오게 되었다. 역시나 와보니 정말 좋았고 행복했다.
첫째 날 다른 이론은 없었고 일반과정을 복습하는 것이었다. ‘허공을 노래하며 염체를 지우자.’ 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감사하기와 나지사명상 등을 깊게 해보니 기적의 미세정서같이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염체들까지 건들면서 지워가니 마음속이 점점 깨끗해지는 것 같고 기뻤습니다. 또 거울님께서 우주는 깨알보다 더 작은 것부터 시작된다고 하셨고, 이 거대한 가능성들이 이 깨알보다 작은 것 속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우주에 감사하다고 하셨을 때 저 또한 신기했고 공감하여 감사했습니다. 또 정말 신기한 것을 알았다는 것에 기뻤고, 행복했습니다. 나지사명상에서 ‘구나 옵션’을 붙여서 나지사명상을 해보니 내 자신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고, 화가 아니라 감사로 대응하는 것에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그리고 일반과정 때 실패했던 독배명상은 조금 더 신중했고,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앞섰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해보니 4가지 탐욕이 걸렸고, 그 네 가지를 하나하나 생각전환을 하고 탐욕을 지워가니 내 마음이 뜨거워지고 흔들림 없는 물처럼 평온했고 깨끗하며, 기뻐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무아명상 때는 어렵고 졸리기도 했습니다. 졸음을 꾹 참고 명상에 들어가 환경, 몸, 마음을 지워가면서 ‘음~ 내가 아니지.’ 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식주체의 기능이 걸렸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 지워지는 듯했습니다. ‘본다는 기능을 두고 그것을 느낀 건 나지만 그것을 본 것은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한 물건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워가니 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없애 버린 것들은 내가 하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도구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지우니 마지막 남은 그 자체는 행복하고 평온한 느낌이었으며 순수의식, 더 큰 순수의식이 샘처럼 솟아오르는 그 느낌은 기쁨과 행복, 평온함 그리고 설렘이었습니다. 도 이 느낌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또한 알아서 기뻤습니다.
또 ‘30분 천국’을 만들고 난 후 느낌을 묘사하면 온 몸 세포 하나하나에 행복, 기쁨의 스티커가 다 붙어있어서 온 몸 전체가 +정서로 가득 차 있어 하느님이 된 듯 했습니다.
조를 만들고 지족명상을 했을 때는 다시 한번 내 자신의 소중함과 귀중함을 느꼈습니다. 찬탄, 감사, 축복하기에서는 나의 염체를 잘 닦아야겠다는 느낌을 받았고 정말 멋진 세상이라는 것을 알고 감사하였습니다.
절명상 때는 내 단점을 고치고 평소에도 한 분, 한 분 소중하게 생각하며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정말 훌륭하고 귀하신 분들과 만나게 되어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일반과정 때 했던 것들을 복습했는데도 이렇게 많이 느낄 수 있어 감사했고, 학님과 거울님께 감사하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지금 너무 행복하고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10. 여여 백향하님
소감문을 쓸 시간이 되니 삼동원을 들어서던 순간부터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시간에 맞춰 급하게 들어서니 신청서를 내밀며 참가동기/목적을 적어라 한다. 순간 숨이 턱 막혀오며 ‘내가 무얼 찾으러 왔던가?’ 아찔함, 당황됨, 생각 없이 온 것도 아니고 설레며 찾아온 것이건만 무엇이지? 무엇이지? 그 숨막힘을, 급한 시간을 핑계 삼아 ‘그냥’이라고 밖에 쓰지 못하고 들어와 앉았는데 계속 생각은 거기에 머물러 있었다. 빙 둘러앉은 도반들, 모두들 낯선 얼굴들이다.
잠시 낯선 것들에 대한 긴장감, 불편함을 느끼며 그 느낌을 바라보고 앉았는데 나누기가 시작되었다. 내 느낌에 빠져 있다가 서서히 나눔 마당의 분위기에 빨려들면서 아 내가 동사섭에 와 있구나 하는 자각이 온다. 그걸 느끼는 순간 어느새 찾아오는 일산간의 무장해제, 편안함. 잠깐 잠깐 내 생각 속으로 빠져나가는 내 마음을 들킨 듯 ‘경청’과 ‘주제 몰입’은 나를 잠 깨우는 경책이 되어 내내 나를 깨어있게 해주는 좋은 말씀으로 장이 열린다.
일반과정에서의 갈등, 흥분, 슬픔, 그 엄청난 폭풍 같은 감정이 아니라 잔잔하게 또박또박 따라가 보리라. 태도는 기억하고 실행해 보고자 시도한 것들도 있었으나 어느새 무심해졌던 동사섭의 용어들이 하나하나 새롭게 다가오는 시간들이 펼쳐졌다.
잔잔하고 평화롭게 행복감을 느끼게 하던 지족명상,
마음 속을 대청소하기에 적합한 나지사명상,
욕망 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나를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은 독배명상,
내 삶을 단순하고 담담하게 살도록 도와주어 결국은 텅 빈 공간을 노래하게 만들어줄 무아명상,
새삼 손바닥을 펴들고 들여다보며 손금 보듯 다시 새겨본다. 어느 곳 어느 시간에나 마음껏 내 삶을 위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 하나 열거하기에 표현의 부족함으로 오히려 답답하다. 그저 “참 좋다. 참 좋다.”를 연발할 뿐. 3일 밤 내내 잠 못 이루고 뒤척거리는 긴긴밤을 보내고도 이렇게 쨍한 투명한 얼음 빛깔의 정신을 유지하게 하는 신비의 명약들이다. 무엇보다 삶의 5대 원리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정립되면서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으로 남는다.
늘 그랬던 것처럼 오랜 시간의 사유와 노력이 깃든 소중한 말씀들을 너무 쉽게 얻어 가는 이 벅찬 고마움과 감사함을 거울님과 학님께 전하며 함께 한 도반님들께 내가 얻어 가는 모든 것들의 공을 돌리고 싶다. 참 좋은 아침이다.

11. 자운 정선숙님
요즈음 내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하고 있는 점은 시어머님에 대한 불만사고이다. 이 불만사고를 없애기 위해 집에서 어머님 감사점 하루에 5가지 쓰기를 하다가 중급과정에 참여하였다. 나지사명상에서 시어머님 핑계로 일어났던 나의 미성숙함을 다루어 나가니 비빔밥, 짬뽕으로 혼란스러운 마음이 정리가 되면서 평온해져서 참 좋았다. 아울러 나지사명상 중에 왠지 모를 -정서가 끈끈하고 미세하게 흐르고 있었는데 그 원인이 밝혀져서 시원하고 개운했다.
마이너스정서가 일어난 이유는 화를 낸 원인이 나에게 있고 그 화를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화냈던 미성숙한 자신에 대한 자책감을 외면한 데 있었다. 이것으로 인해 나지사명상 후에도 명쾌하게 처리했다는 개운함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화를 냈던 나 자신을 나지사로 먼저 처리했다. 화를 낼 수밖에 없는 나자신을 ‘겠지’로 인정해주고 보듬고 이해해주고 그래도 그 정도가 되니 너의 인격이 얼마나 훌륭하고 감사하냐하고 찬탄해주니 우습게도 자책감이 사라져서 기뻤다. 이렇게 나의 자존감을 높인 후에 상대방을 ‘구나’하니 구나가 쑥 잘 이루어져서 좋았다. 앞으로 나지사가 잘 되어질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역시 명상 중에 나를 가장 편안하게 해 주는 명상은 무아에서 옴나로 이어주는 명상이다. 너무나 빨리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염체 때문에 불편하기도 했지만 염체 사이사이에 잠깐 잠깐 쉬어지는 허공 속의 휴식은 참으로 나를 편안하고 고요하게 해주었다. 전쟁, 기아, 살인, 폭력으로 위험한 세상의 근원에 이렇게 고요하고 평화로움이 있다는 믿음이 생겨서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
중급과정은 일반과정만큼의 찬란한 감동은 적지만 우직한 소처럼 명상을 끈기 있게 해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과정이어서 든든하고 좋다. 오로지 수련생들을 위한 대원의 자비심으로 이 중급과정을 이끌어주신 거울님 학님께 감사드리고, 보이지 않는 힘으로 우리를 도와주신 가을님, 푸름님, 맑아님께도 감사드린다.

12. 용수 유석용님
얼마나 가고 싶은 동사섭인데, 작취미성 상태의 정신없는 출발이 기차 안에서도 내장과 마음이 편치 않았다. 늦게 들어선 수련장 안의 열기가 후끈하게 느껴졌다.
수련에 임하는 제1촌철 경청(대서특필), 제2촌철 주제에 몰입하는 자가 큰 인격이 된다. 평소에 많이 유념하는 경구이면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주바라밀과 조바라밀이 물밀듯이 다시 다가오면서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정겹다.
본래 모습이 허공이거늘 다시 허공을 찾아 허공을 노래한다니 허공의 즐거움이로다.
나지사명상에서 구나, 겠지 이전에 아들 기영이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이 솟구쳐 오른다. 취중에 악담을 퍼부었을 것이니 지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미안하다. 사랑한다. 기영아. ‘새벽까지 또 전자오락게임을 하는 구나’ 하는 순간 거기에 탐닉하는 그럴 만한 사정이 이해가 되는 듯하다.
불만사고를 일으킨 상황들을 적어보니 비판했던 대상들-영, 선, 효, 복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앞선다. 모두가 존귀하고 아름다운 존재인 것을.
삶의 핵심주제 ‘허공(虛空), 기초신념, 염체를 치워라’ 자연과학이 증명했듯이 우주가 허공이고, 사람도 본성이 허공인 것을 밖에 있는 것을 안에 가지고 와서 비빔밥을 만드는구나.
비빔밥 그 자체도 허공인 것을. 산의 허공, 숲 속의 허공에서 허공을 한껏 마시니 온 몸이 허공이로구나. 자연과 내가 하나의 허공이 되니 허공을 노래할 허공이 없구나. 이름 없는 허공이 태초와 구경계에서 무아자재의 춤을 추는 구나.
산 능선의 경계 밖을 보면서 내 마음 속의 경계를 보니 아직도 치울 것이 많구나. 치울 수 있는 마음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산 속의 공기만큼 상쾌하다. 양손을 벌리면서 큰 들 숨 - 염체를 비우고, 제치고, 양손을 붙이면서 긴 날 숨 - 평화와 허공을 느끼며 허공을 간다.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