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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컬럼

NO1작성일 : 2015-11-11 오후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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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속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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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살림

사람마다 이 세상에 맨손으로 나서 한 평생 살아가노라면 이런저런 살림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겨우 한 움큼의 손아귀에 쥐어질 정도의 체구가 어느덧 지금만큼의 덩치로 불어난 것도 한 살림이려니와, 가지고 있는 옷가지들이며 주거(住居) 설비들이며, 크고 작은 생활용품들이며, 정신세계 속에 쌓여 가는 지식과 지혜들이며, 다양한 재주와 기술들이며, 나아가 각자 살아온 연륜 등이다.

위의 어느 것이 되었든 공무(空無)상태에서 플러스(+)되어 온 것들이다. 우리는 현재만큼의 부자인 것이다. 물론 각자 나름의 노력으로 얻은 것들로서 각인의 소중한 재산(살림)이 되어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살림들이, 그들을 기쁘게 하는 재산들이, 복되게 늘어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한편, 마음공부인의 한 사람인 나의 살림들에는 무엇 무엇이 있나, 나의 살림 1호, 2호, 3호 등은 무엇인가 하고 자문해 본다. 마음공부 전문인으로서 살림을 논할 때는 단연 내적(內的)인 것들이 우선적으로 들려질 것인즉 이름을 ‘속살림’이라 칭해 본다. 세납(歲臘)으로 거의 반세기의 나이에 임박하고, 승납(僧臘)으로 어언 4반세기를 마음공부에 몸담아 온 사람의 속살림을 한번 겸손하게 점검해 보자. 지나 온 세월의 내 나름의 치열한 정진, 그 과정의 이런저런 시행착오와 실험 실습, 좌절과 자책의 아픔들이 지금 나이쯤에는 모두 소중한 경험들로 영접되어진다. 나이 공덕의 하나이다.

나의 속살림!

1. 無心으로 因한 평화로움

오랜 세월 암암리에 면면히 이어 온 관행(觀行) 덕분에 何時라도 귀의되어지는, 안주되어지는 心處가 있다. 곧 허공심이다. 그 결과로 얻은 걸림 없는 평화로움이 나의 속살림 1호이다. 세상어느 것과도 겨룰 수 없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 모든 가치들을 합한 것보다 더 크고 깊게, 그리고 귀하게 여겨지는 든든한 체험이다. 여기서 관행이란, 空도리를 해오(解悟)한 바탕위에 "아미타불"을 訟하면서 공성상일여 (空性相 一如)의 법계를 觀하는 것을 말한다. 참고로 나는 염불선을 主 바라밀로 공부하는 사람이다.

2. 집제(集諦)와 도제(道諦)의 명확한 이론체계

無心에서 나와 有心으로 있을 때, 미성숙의 정도가 여지없이 점검되는 곳은 경계이다. 對人, 對物, 對事에 걸려 넘어뜨려지는 정도만큼 평정을 잃게 되고 평정을 잃은 정도만큼 苦이다. 이때 苦의 원인[集諦]과 苦로부터 해탈하는 길[道諦]에 대한 정견, 정사유[정돈된 바라밀] 체계가 명확하여 마음을 다스려감에 조금의 방황도 없다. 다소의 게으름은 있지만........

3. 벡터(vector)가 밖으로 향해 있지 않음에서 오는 편안함

무엇인가 이루고 싶은 욕심 에너지가 거의 없다. 해야 될 일을 역량껏 해 가고 있을 뿐이다. 평소 관심 에너지가 밖으로 향해 있지 않고 안으로 회귀되어지는 데서 오는 편안함이다. 해야할 일이 있을 때에 그것을 위한 선택적인 사고 활동을 할 뿐, 습관적으로 벡터가 밖으로 향해 가지는 않을 만큼 담백한 의식이 얼마나 편안함을 주는지 모른다.

무엇인가 먹고 싶음 ; 식욕,
어디엔가 가고 싶음 ; 여행욕,
무엇을 이루고 싶음 ; 성취욕,
정보나 지식을 채우고 싶음 ; 지식욕,
어떤 기술(서예, 악기 等)들을 익히고 싶음,
인정받고 싶음 ; 인정욕,
사랑받고 싶음 ; 애정욕,
누구와 함께하고 싶음 ; 사교욕구,
가르치고 싶음, 지도하고 싶음 ; 지도욕구,
그리고 살고 싶음 ; 생존욕구,
등이 거의 없다.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 하고자 할 뿐............

4. 자비인격을 향한 마음

남은 생 동안, 無心[虛空心]을 바탕으로 하여 지극한 자비의 인격을 이루어 볼까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何時라도 이기심이 엿보이면, ego 내세움이 발견되면, 즉각 무아리(無我理)로 다스리고 대아리(大我理 : 同體大悲)로 회향하는 마음 다스림을 연마하여, 끝내 如如한 가운데 大慈悲行만 있을 뿐인 인격을 작품화시켜가 보자는 理想이 있다.
현재만큼의 자비심에 아직 많은 부족함을 느끼기는 하나, 그러한 이상을 가지고 있음으로 하여 위로와 격려와 희망이 느껴진다.

5. 내 속에 있는 여러 가치관 체계들

이 또한 큰 재산이다. 사람은 그가 어떤 것을 가치 있게 여기고 있는가의 생각 체계에 따라 살아가기 마련이다.

사람이 이렇게 살면 보기 좋은 모습이겠다.
이렇게 살면 스스로 평온해지겠다.
이렇게 살면 복되게 살겠다.
이렇게 살면 후회가 없겠다.

라고 하는 [이렇게]의 모형[form]이 있다는 것이 참 좋다.

6. 퇴전이 없을 것 같은 자기 신뢰

마음공부 길에 접어들어 한 세월 동안 수시로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좌절하며, "이래가지고서 언제 大道에 이르나?" " 언제쯤에나 큰 인격에 이르나?" 하는 회의와 자책을 거듭하면서 자신을 옥죄는 듯한 자학적 채벌을 일삼던 시절이 있었다. 손가락을 촛불에 지져대기도 하고, 혈서의 다짐도 가져보며..............................
어느 순간, 그러한 다그침조차 욕심이요 오만임을 깨달았다. 그 이후 스스로에게 한결 너그러워졌다. 그러던 가운데 언젠가부터,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있겠구나! 이제는 퇴보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자기 신뢰가 되어짐을 보았다. 더욱 여유 있고 한가한 정진이 되어가는 세월이 되었다.

7. 경험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이 한 재산이다. 내 안의 모든 심리와 나 밖의 모든 환경 즉, 미움, 짜증, 분노, 실패와 좌절, 사랑, 찬사와 존경, 입산출가, 피나는 정진과 게으름, 후회와 반성, 병고와의 다툼 等等의 모든 역사가 ‘오늘의 나’와 또 미래의 "보다 성숙되고 비워져 가는 나’를 만들어 갈 밑거름이 될 것임에 이 모든 경험들이 귀한 재산으로 여겨진다.

8. +∝

* 지금까지의 생애를 뒤돌아보며 지금까지 일구어 온 내 속살림들에 어떤 것들이 있나 살펴보면서, 대청소를 하여 제 물건 제자리에 잘 정돈시켜 놓은 것처럼 정갈하고 시원하다. 평온한 마음이 된다. 조용한 미소가 지어지며..............
여러분들의 속살림들을 한번 정리해 보시면 어떨까 조심스레 권해진다. 각자 또 어떤 소중한 체험이 있으리라.

초겨울의 쌀쌀한 바람이 기분 좋은 긴장감을 준다. 오직, 보다 한가로워져 가고 보다 자비로워져 갈 것을 서원하며 이 세상 모두의 행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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