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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소감문

NO1작성일 : 2005-03-17 오후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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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공동체의 이상적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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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 : 162회 별칭 : 햇님 동사섭 법회를 마치는 이 순간, 나의 마음은 마치 호수에 비친 가을하늘처럼 청명하고 싱그럽다. 5박 6일 동안 함께 한 아름다운 이들의 맑게 정화된 영혼들이 내 마음에 가득히 비추어진다. 참 의미 깊고 좋은 날들이었고, 지금까지 익혀온 불교에 대한 나의 지식과 갈고 닦아온 나의 수행생활을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였다. 법회나 강의를 할 기회가 있을 때 나는 가끔 이런 질문을 할 적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여러 가지 답변이 있기 마련이었지만 나는 언제나 "인간관계"라고 스스럼없이 말하곤 했다. 장이 바뀔 때마다 자신들의 숨겨진 아픔과 상처를 토해내며 오열하는 분노와 절규를 보며 터질 듯 북받쳐 오르는 감점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내가 얼마나 고통을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이해해 왔는지 실감했다. 고통은 이론이나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이며 역동하는 우리 삶의 진실한 모습이다. 사람은 단순히 고착된 관념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의식의 전개사라는 거울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아하! 맞아!"하며 공감의 환희를 맛볼 수 있었다. 지난 세월동안 불교공부를 하면서 얼마나 고준(高峻)한 관념의 늪에서 빠져 시달렸는지 모른다. 얼마나 자주 전통의 허상에 매여 참다운 내용과 알맹이를 놓쳐버렸는지 모른다. 현실성 없는 한문으로 된 난해한 경구들, 애매모호한 관념적 경구해석들은 지금 여기에서 처절하게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 치유해 주지 못한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실천할 수 없는 전통이라는 틀 안에 박제화된 말씀들, 그것이 아무리 성현들의 것이라도 한낱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지난 10여년 동안 외국에서 불교 경전어를 공부했고, 어떻게 경전의 메시지를 일상의 언어로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하며 지내왔다. 대학시절엔 Karl Rogers의 실존주의 심리학을 공부하며 "아하!" 하며 "붇다의 말씀을 거의 그대로 닮아 있구나"하고 감탄하였고 심리학을 공부하러 미국에 갈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다. 동사섭 첫날! 거울님께서 동사섭의 출발이 Karl Rogers의 심리학이었다는 말씀을 듣고 오래 전의 나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음에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프로그램이 점점 심화되면서, 나는 더욱더 경의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불교의 핵심사상과 수행법을 어쩜 이렇게 평범한 말과 일상적인 방법으로 표현해 놓았을까!" 옴, 구나, 겠지, 감사, 나눔의 체계적인 이론과 실천적 수행방법이 지금까지 내가 참여해본 불교 수행프로그램에 비해 독특했다. 프로그램 전체에 흐르고 있는 불교의 연기(緣起)와 공(空) 사상, 무아(無我) 사상의 정확한 이해와 실천적 의미의 부각, 대중불교의 일체유심조 사상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 등은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에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동사섭의 수행프로그램이 예비승려와 기존의 승려들의 현대적 교육과 수행방법의 하나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어느 종교의 가르침이든지 어떤 특정 종교인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동사섭 법회를 창안하고 이끄는 분들이 불교인들이지만 불교 전문영어나 종교적인 의식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어떤 종교인들이든지 쉽게 거부감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신 점이 더욱 아름답고 빛나 보인다. 종교간의 교류를 통해 인류의 향상과 영적인 성숙을 위한 공동의 작업을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수행공동체 프로그램이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동사섭 법회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보고 싶고, 기회가 되면 근본불교의 사상과 동사섭 프로그램의 기저에 깔려있는 이론들을 체계적으로 비교 연구하고 싶다. 프로그램 심화됨에 따라 조금씩조금씩 마음의 창문을 열어 "알고, 다루고, 나눈" 여러분들께 고마움을 전하며, 성심 성의껏 장을 이끌어 주신 거울님, 학님 여러 돕는이들, 그리고 그 동안 참석하여 밝고 맑은, 향기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을 동사섭을 거쳐간 동사섭 선배님들을 생각하니 흐뭇하여 가슴 가득히 엔돌핀이 차온다. 특히 동사섭을 안내해준 얼굴님께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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