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발걸을 하지 못한 덕분인지 이번 달 행복마을은 한참을 머물다 온 듯 반갑다. 산기슭에 있어서인지 행복마을을 감싸안는 하늘은 더욱 높고 구름은 하염없는 춤사위를 펼친다. 마음도 덩달아 가볍고 맑아진다.
첫 시작은 이번 지도자과정의 내용소개에서 시작되어 큰스님의 동영상 청취가 있었다. 초월행복론과 번뇌구조, 그리고 수심체계를 들었다.
세상에 태어난 값을 제대로 하는 일은 코앞에 박고 있는 번뇌덩어리를 제치고 본래의 자유함을 누리고 살아가는 일, 소유에 관계없이 욕구를 줄이거나 제로화하면 조건없는 무한행복을 누릴 수 있고 그 길을 친절하게 안내하는 초월행복론과 행복을 가로막는 번뇌의 전개과정을 쉽고 간결하게 안내해준 번뇌구조, 마지막으로 그 번뇌덩어리로 얽혀있는 우리의 습을 하나하나 적절하게 끊어주는 수심체계들은 들어볼 수록 실존적인 행복론들이었다.
가장 먼저 각자의 공간에서 큰스님께 들은 강의들을 지도안으로 옮기는 작업들에 열중하고 계신다. 두 번째 타임에는 그 강의안들을 바탕으로 세 분반으로 나누어 시강을 했다.
우리 분반원은 묘훈님을 비롯하여 먼지님, 표현님, 청인님과 함께 했다. 각자의 목소리로 듣는 강의들이기에 반복되는 말들이 지겹지 않고 새롭게 들려서 좋았다.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웃음으로 여는 행복한 세상'이라는 주제로 제주도에서 건너오신 청인님의 웃음치료 특강을 들었다. 연휴 뒤여서인지 지도자과정 참가도반님들이 좀 적다 싶었는데 그에 맞게 온 몸을 움직이며 웃을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좋았다.
행동명상하기 좀 머슥하고 힘들었는데 저절로 행동명상이 된다고 하시는 도반님들의 후담이 많았다. 나도 처음에는 공부하러 왔는데 웃는다니 약간 가벼운 듯한 허전함을 가지고 특강자리에 임했다. 그런데 그런 맘은 시작과 더불어 날아가 버리고 왜 웃을 이유가 없어도 웃어야 하는지에 대해 과학적이며 재치있는 설명과 함께 말씀해주시니 아무런 거부감없이 저절로 웃어 제낄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 하루에 두 번이나 강의를 다니는 바쁘고 인기있는 강사로 제주도를 들썩이신다는 말이 고개 끄덕여졌다. 지금은 가슴 속에만 녹아있어 내용 한 귀절 귀절을 꺼내놓을 수 없어 아쉽지만 다시 들어보고 싶은 내용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하루 하나씩 웃음마중물을 정해서 다니신다는 말씀을 듣고 나도 빨주노초파남보 색깔과 요일을 맞추어 웃음마중물을 정해놓고 그 색깔을 볼 때마다 웃어제끼자는 힌트를 얻어 부지런히 수행점검표에 적어놓았다. 지도자과정 다음 날부터 시작했더니 의식공간이 더욱 맑고 밝아서 어지러운 생각들이 오다가도 도망가는 듯 즐거웠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도반님들과 오손도손 이야기도 나누고 내일 임강에 뽑힌 분들은 강의준비도 하며 토요일 밤이 익어갔다.
다음 날은 각 분반에서 뽑힌 분들이 전체 앞에서 강의를 했고 현공님과 몇몇 지도자분들의 피드백과 다른 도반님들의 피드백 선물을 받았다. 용기있는 꽃님으로부터 시작되어 산골지기님, 고향님, 묘훈님, 청인님까지 점심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알알이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고 강의를 하시는 분들도, 앉아서 듣는 분들도 모두 공부가 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이번 지도자과정은 마무리가 되었고 다음 11월을 예고하며 모두들 있던 자리를 깨끗이 청소하고 가을하늘의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소감을 따로 나누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동사섭 행복론들이 그저 알기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슴으로 녹아나고 온 몸으로 살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구나 하고 안다고 생각하며 다소 놓았던 마음을 한 번더 다잡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웃음마중물비법을 얻어서 갈 수 있어서 몸 건강, 마음 건강 예방접종을 한 기분이다. 또 도반님들 얼굴보며 누구나에게 쉽게 할 수 없었던 마음 속 이야기 진솔하게 나누는 것도 좋았고, 도반님들만의 촌철들을 듣는 귀한 시간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촌철은 '불교를 만나 삶의 지향점을 얻었고 동사섭은 그 지향점으로 가는 가장 빠르고 실존적인 차편을 주었다'라는 산골지기님, '번뇌가 뭔가 대단히 큰 요물덩어리인가 싶었는데 있다라는 실체시에 속아서 시작된 것이라는 걸 알고 번뇌덩어리가 눈 녹듯 녹아내렸다'는 고향님, 불만투성이이던 조선소일이 생각을 바꿔보니 그대로 만족투성이 일이 되었다던 묘훈님, 이미 있는 걸 확인만 하면 되니 어려울 일 없지만 혼이 절규하며 부르짖는 그 무한행복을 비행기 경험에 비유하시며 구름 너머에서 보면 구름도, 비도 없이 맑은 하늘만 있는 세상이 있다는 청인님의 재치있는 말씀들, 번뇌를 도둑에 비유하시며 이 도둑 그냥 두고 마음 빼앗기며 살 거냐는 실감난 비유들 등이 가슴 속에 보물로 두둑히 쟁여져 있다. 참 신기하다. 오래도록 기억 남는 것은 본인의 마음에 체화되어 나온 생생한 사례들이구나. 동사섭 공부길들이 삶 속에서 생생하게 꽃 피울 수 있도록, 그 꽃을 도반님들과 웃으며 나누며 한 걸음 한 걸음 또 걸어가 봐야 겠다는 다짐이 드는 지도자과정이었다.